민박 5

심신이 많이 쇠약하여

심신이 많이 쇠약하여 낯선 적도의 나라 에콰도르에 와서 홀로 여러 달을 지나며 심신이 많이 쇠약하여졌다. 지리적 특성으로 낮에는 덥고 해가 지면 추운 산간 도시 에서의 생활이 나에게는 녹록지가 않았다. 밤이 되면 많이 춥지만 난방은 없고 주어진 담요 네 장을 덮어쓰고 자야 하는데 나는 이불이 무거우 면 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 더구나 이곳에 여행객들이나 선교사들이 피부질환으로 고생들을 한다는 글을 인터넷을 통하여 알고 있었는데 나도 수개월 전부터 밤마다 시달리고 있었다. 게다가 미국에서 올 때 가져온 담요 한 장을 덮고 그 위에 이곳에서 제공하여 주는 담요 중 가벼운 한 장만을 덮고 자려니 마치 태아와도 같이 잔뜩 몸을 웅크리고 잠을 청하였다. 짐이 많아 전기담요를 놓고 온 것이 두고두고 후회가 되었다...

에콰도르엔 왜 왔어요?

에콰도르엔 왜 왔어요? 시편 28:7 주는 나의 힘이시요, 나의 방패시니 내 마음이 그분을 신뢰하여 내가 도움을 얻었도다. 그러므로 내 마음이 크게 기뻐하며 내가 내 노래로 그분을 찬양하리로다. 처음으로 에콰도르 땅을 밟은지도 벌써 2주가 다 되어갈 즈음의 이야기이다. 에콰도르도 처음, 남미도 처음이다. 60이 훌쩍 넘은 나이에 미지의 나라로 떠난다고 가족들의 걱정도 많았지만 지금도 나의 발걸음을 인도하시는 분은 나의 사랑 예수 그리스도. 나는 갈 길 모르니 주여 인도하소서~~ 어디 가야 좋을지 나를 인도하소서~~. 주는 나의 힘이시요, 나의 방패시니 내 마음이 그분을 신뢰하여 내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언어의 장벽으로 소통할 수 없고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에콰도르에서 살아가는 하루하루는 만만치 ..

마음의고향정선

마음의 고향 정선 강원도 정선군은 북으로는 평창군 서로는 영월군 남으로는 봉화군에 싸여 있으며 동편과 남편에 동해시 삼척시 태백시가 있다. 여행을 즐기며 산과 바다를 넘나들던 한국에서 우연히 지나갔던 정선은 내 마음의 고향이기도 하였다. 깊고 적막한 산 기운에 매료되었던 곳이다. 가족들과 친지들에게도 나중에 나이가 들면 정선 산골에서 가축들을 키우고 텃밭을 가꾸며 살고 싶다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하였다. 누님의 알선으로 가게 된 정선 권사님의 가정은 한 번도 만나본 적이 없었지만 가족들로부터 들어 알고 있는 집안이었다. 나의 부친께서 20년 전쯤 아침 운동 길에 폭설을 마다하지 않고 날마다 즐기던 아침 테니스 대신 두 시간가량 걷고 나서 감기가 왔는데 폐렴으로 악화되어 사경을 헤매다 회복되셨다. 80 중..

Cascada de Peguche(페구체 폭포)

나는 비를 좋아한다 아마도 어릴 적부터 그랬나 보다 장마철에 먹구름이 몰려오면 긴장감과 함께 이제 곧 쏟아질 비를 기다렸다 비가 오면 우비에 비닐우산 하나 들고 동네 어귀를 돌아다니며 사방에서 흘러가는 물줄기들과 함께 길가에 작은 둑을 막고 질퍽거리며 동네를 활보한다 어느새 동네 친구들이 합세하여 같이 즐긴다 이후에도 나는 비를 기다리고 좋아했고 특히 강하게 퍼붓는 소나기가 좋았다 비와 함께 놓칠 수 없는 것은 현악기에서 흘러나오는 음률에 마음을 띄우는 일이다 비가 쏟아지면 밖에 세워놓은 차 안에서, 더러는 달리면서, 즐기고는 하였다 비가 좋은 것은 세상의 먼지들을 말끔히 씻겨 주기 때문일까? 나의 마음에 쌓인 티들이 씻겨 나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일까? 예전 같지는 않지만 나는 지금도 비와 물줄기들을 좋아..

에콰도르 가족

낯선 에콰도르에 도착한 후 일주일이 지났다 수도 키토의 민박집에서 옆방 친구로 구면이 된 젊은이 안드레스의 조언으로 키토에서 북쪽으로 주시간 거리(버스)에 있는 중소규모 도시로 거주지를 옮기게 되었다 안드레스는 오타발로에서 다시 북쪽으로 40분 거리에 있는 대도시 이바라에 살고 있었는데 키토에 직장을 잡아 주중에는 민박을 하다가 주말에 집에 다녀오곤 한다 오타발로로 주거지를 옮긴 첫 주말에 안드레스가 여동생과 방문을 하겠다고 기별이 왔다 이시기 스페니쉬를 간단한 인사말 외에는 할 수 없었는데 안드레스와는 영어로 일상을 소통할 수 있어 다행이었다. 숙소 앞 찻길에서 소형 자동차를 몰고 안드레스가 도착하였다 귀여운 소녀가 환하게 웃으며 '올라, 무쵸 구스또(안녕하세요, 만나서 반가워요)하며 얼굴을 내민다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