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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 교회를 숙소로

사랑배달부 2020. 8. 24. 23:31

 

오지 교회를 숙소로

 

사랑이 많으신 목사님의 권유로 나는 이틀 후 오지 교회로 이주하였다.

그동안 힘든 여건에서도 성심을 다하여 나를 돌보아 주신 권사님 내외 분께서

갑작스러운 결정으로 당황스러워 하시면서도 교회로 숙소를 옮긴다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신 길이라며 기쁜 마음으로 나를 보내주셨다.

바쁘신 중에도 쉽지 않은 먼 길을 그분들의 차로 교회까지 데려다주셨다.

 

그분들과 석별의 정을 나눈 후 교회에서의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곳 목사님께서는 20년간 목회를 하셨는데

처음 십 년간은 산과 들에서 일하는 주민들을 찾아

농사일을 돕고 그들과 삶을 같이 하며 하나님을 예배 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도를 들고 하루에 수 시간씩 찻길이 닿지 않는 외딴 산골 깊숙한 곳의

아무도 찾지 않는 오지의 집들을 찾아가 예수님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셨다고 한다.

십 년 만에 아담한 교회를 은혜 가운데에 세울 수 있었고

그 후 오지교 회를 찾는 성도들의 발길이 이어져

교회 부지에 방문 성도들을 위한 별채를 짓게 되었고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아름다운 교회를 신축한지는 3년이 되었다고 하였다.

 

마음이 따뜻한 목사님의 배려로 별채로 지은 단독주택의 작은 방 하나를 쓸 수 있게 되었다.

주방 시설은 교회 주방과 별채의 부엌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하여 주셨고

온수가 잘 나오는 샤워도 이용할 수 있었다.

1인용 침대와 작은 옷장으로 방이 가득 차는 공간은 나에게 더없이 아늑하고 좋았다.

이따금씩 외지 손님들과 함께 사용할 때도 있었지만

거의 혼자서 주중에 교회에 남아 조용한 하루하루를 보내게 되었다.

 

이곳 교회를 중심으로 윗 쪽에 한 채의 가옥이 있고,

양 옆으로 대 여섯 채의 가옥들이 흩어져 있다.

그리고 아주 먼 거리에 드문드문 집들이 산재하여 있는데

숲과 산들에 둘러싸여 밤이면 불빛 조차 볼 수 없어 암흑과도 같다.

무인도에 있는 듯한 적막이 흐른다.

 

이곳에서도 차가 없는 나로서는 내 발만이 유일한 이동수단이었다.

주님께서 건강을 주시고 오지를 하루에 이만 보에서

이만 오천 보씩 걸으며 돌아볼 수 있게 하시니 감사할 뿐이다.

 

몇 안 되는 교인들은 이곳 토박이 주민보다

귀농 귀촌하여 살아가는 분들이 더 많았다.

길게는 이십 년에서 십 년 수년 동안 이곳에서

콩밭과 고추밭 배나무 블루베리 등을 가꾸고

토종닭을 키우며 살아가고 있다.

거의 날마다 밭에서 땀 흘리며 일하시는 그분들과

반갑게 만나 인사를 주고받으며 안부를 묻고 헤어진다.

 

나의 마음은 며칠 전에 가본 읍소재지의 외국인 이주 근로자들에게 마음이 자꾸만 간다.

그들이 겪는 이민자의 삶에 뛰어 들어 그 고난과 외로움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이다.

그들의 삶에 예수님의 사랑과 빛이 함께하기를 바래는 마음에서이다.

그들이 예수님의 복음 안에서 새로운 생명으로 변화되어

하나님의 평강과 기쁨과 자유를 누리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들이 본국으로 돌아가 그들이 만난 예수님의 사랑과 빛을

기쁨으로 전파하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게 솟구친다.

 

- 주님 저의 발걸음을 한 걸음 한 걸음

주님께서 제게 보여주실 그 길로 인도 하여 주시옵소서!

 

목사님께서 도서와 산간의 오지를 탐방하려는 나에게 많은 제안과 조언을 하여주셨다.

이곳에 정착하여 교회을 함께 섬기며 정선과 영월 봉화에 이르기까지

산간벽지에 흩어져 살고 있는 예수님을 모르는 사람 들을 찾아

함께 예수님의 사랑을 전해보자고 하셨다.

또한 여름철에 한 번씩 목사님이 동역하고 있는 선교회에서

남해로 낙도 선교를 나가는데 그곳에 합류하여 같이 가보라고 권면하신다.

나로서는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사님은 지금 묵고 있는 집을 사용하든지

아니면 블루베리 농사를 돕는 장로님 부부가 사용하는

컨테이너 하우스를 내가 사용할 수 있다고 하셨다.

여러 가지의 선택지를 제시하며 함께 사역하기를 권하여 주셨다.

내가 만난 오지 목사님도 이십여 년간 오지 선교에 헌신하고 계신 분이라

오지 선교지를 찾아 먼 이곳까지 찾아온 내가 반가우신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