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 이야기(책)/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연재)

햇살의 따스함

사랑배달부 2020. 11. 16. 06:30

아버지의날 축하행사, 오타발로

 

햇살의 따스함

 

에콰도르에서 지낸 1월부터 5월까지 매일 비가 온 것 같다.

해가 없으면 추위를 느끼게 되는 이곳에서

주님께서 주시는 햇살의 따스함과 고마 움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유월이 되니 구름은 여전히 많지만

우기보다 훨씬 더 넉넉한 햇살과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

비가 거의 없는 날이 열흘 정도 계속되니 산마을의 길들이 메말라

차가 지나갈 때마다 흙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난다.

어느 정도까지는 이곳 에 콰도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돌로 만든 길이 있어서 먼지가 눈에 띄게 많지는 않으나

돌길이 끝나면 심심치 않게 드나드는 차들로 먼지가 주 변을 삼켜버린다.

산마을 까지는 하루에 한 번 아침 통학 길을 위한 큰 버스가 있지만

주 교통수단은 작은 트럭 짐칸에 타고 다닌다.

차가 설 때와 다른 차들이 지나칠 때에 먼지 구름을 피할 길이 없다.

 

 이곳의 계절은 여름을 지나 가을에 접어든 듯 쉽게 볼 수 있는 옥수수 밭은

깡마른 갈색 잎과 줄기만 남아있고 밀밭도 갈색으로 변하여 가고 있었다.

 

산마을의 한 대가족의 어른 호세(Jose)는 비록 허름한 공간이 지만,

영어교실과 아울러 예수님의 생명의 복음을 전할 수 있는

클래스를 열 수 있게 배려를 해 주었다.

이곳에서 주님의 말씀도 나누고 기도와 찬양 그리고 기본 영어와 노래를 배우고

조촐한 먹거리를 나누는 기쁨과 사랑의 공간이 되었다.

주로 부족 개념의 몇 가정의 어린아이들과 어른들이 함께 모이지만

이 집안의 살림을 맡아 보는 큰엄마께서 이들에게 숩과 간식을 제공하여 주셨다.

 

늘 생필품의 부족으로 있으면 먹고 쓰고 없으면 안 먹고 안 쓰는

부지런하고 검소하고 절약이 습관화된 산마을의 삶,

이들에게 주님께서 허락하신 약간의 생필품을 나누는 것이 전부이지만

이들은 기쁨과 고마움으로 화답하여 주었다.

무엇보다도 주님의 사랑 안에서 하나가 되어 나누는 삶에서

우리 모두는 너 나 할 것 없이 치유와 회복을 함께 누린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크나큰 선물이다.

나 역시 순수하고 맑은 이들과 삶을 나누며

많은 위로와 회복과 치유를 누리고 있었다.

 

이곳은 인근의 대가족 어린이들과 구성원들이 드나드는 곳이다.

큰 어른 부부에게 이집에 가장 긴요한 것이 무엇인지 주님의 이름으로 물었더니

허름한 공간에서 불을 피워 음식을 만들고 나누며,

대화의 장소로, 뜨개질의 장소로 사용되는 곳에 블록을 쌓아

아늑한 공간을 만들기를 원한다는 말씀이었다.

지난번에 숙소가 있는 오타발로를 방문하였을 때 이야기를 나눈 것과 동일한 것이었다.

너무 오래된 지붕을 이번 기회에 개조하기를 원하였지만

감사한 마음으로 블록만 쌓기로 매듭을 지었고,

이에 필요한 벽돌과 모래 그리고 시멘트 구입을 완료하였다.

 

이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할 때가 되었다.

그리운 가족이 기다리는 곳으로 간다는 생각에 마음이 설레기도 하지만

주님께서 인도하시는 이곳을 어떻게 섬겨 나아가야 할지로 마음이 무거워졌다.

비자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나의 가족들이 겪고 있는 어려운 시간들이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며 어지럽히고 있었다.

 

- 주님, 저의 발걸음을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

저의 발걸음이 언제나 주님께서 원하시는 길로 옮기어지도록

저의 모든 것을 주관하여 주시옵소서! -

저의 가족 모두가 주님의 은혜 안에서

모든 어려움들을 극복하고 이겨낼 수 있도록

날마다 새로운 힘으로 채워주시옵소서!

 

함께 돕는 산마을 가족들
우기가 끝난 산마을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