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발(Carnaval) 그날은 재의 수요일,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날로부터 그 전으로 주일을 제한 40일 동안 예수님의 삶과 고난 그리고 부활을 생각하며 나의 죄와 허물을 반성하고 회개하는 사순절 절기가 시작되는 날이었다. 에콰도르에서 만난 현지인들의 대부분은 가톨릭 신자들이다. 이들은 연 중 국민 전체가 함께 휴가를 내어 카니발(Carnaval)을 즐긴다. 이 말은 고기(carne)를 끊는다는 어원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사순절 기간 고기를 금하고 정결한 생활을 하기에 앞서 갖는 세계적인 축제이기도 하다.
오타발로에서 사순절이 시작되는 재의 수요일 전 금요일 오후부터 학교 별 퍼레이드로 축제가 시작 되었고 화요일까지 지속되었다. 온 국민이 함께 휴가를 즐기며 이웃과 가족 단위로 길거리에서 공원에서 집에서 맛난 음식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들을 지낸다. 며칠 전부터 거리와 공원 들에서 물총과 물통들을 동원하여 물을 퍼붓고 독특한 향이 있는 하얀 거품이 나오는 스프레이로 무차별 공격을 한다. 서너 살의 어린아이들로부터 나이가 지긋한 어른들까지 이 놀이를 즐기는데 모르는 사람들과 지나가는 차량들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재미있는 것은 공격을 당한 그 어느 누구도 화를 내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이것이 에콰도르인들이 연중 즐기는 문화인 줄 알았는데 집주인의 설명을 듣고서야 사순절 전의 국민 휴가 기간 중에 마음껏 즐기는 놀이 문화의 하나임을 알게 되었다. 휴가기간 중에, 내가 묵고 있는 주인집 손녀딸 마이뗴(Maite)의 생일이 있었다. 휴가기간이라서인지 이삼일 동안 친척들이 함께 모여 이야기와 음식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들을 보낸다. 이 집에서도 예외 없이 나의 방 창으로 바라보이는 옥상에서 할머니와 손주 손녀들이 어울려 물과 스프레이로 놀이를 즐긴다. 참으로 보기 좋은 장면들이었다.
민박 주인 할머니 할아버지는 이따금 아침과 저녁 식탁에 나를 불러주어 음식과 삶을 나눈다. 참으로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시고 그들과 사귐이 있게 인도하시는 하나님께 감사를 드린다. 스페인어 수업이 끝난 후, 에콰도르(Ecuador)의 수도인 키토(Quito)에 머무르는 동안 친해진 안드레스의 초대로, 이곳 오타발로에서 북쪽으로 25-30km쯤에 있는 샌안토니오(San Antonio)와 이바라(Ibarra)를 방문하 였다. 샌안토니오에는 소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 안드레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살고 계시는 곳인데 가축과 농작물 그리고 각종 과일나무로 가득 차 있는 곳이다. 할아버지의 연세가 84세라는데 아직도 정정하시다. 그 비결을 여쭈어 보니 해가 뜨면 농장으로 나아가 해가질 때까지 땀을 흩뿌리며 일하는 것이라 말씀하여 주셨다. 이곳에서 가족들과 전통 음식인 돼지고기 요리 후리 따다(Fritada)를 맛나게 먹었다. 돼지고기와 감자로 만든 숩도 일품이었고 장작불로 삶은 옥수수와 감자 그리고 볶은 옥수수가 접시에 함께 어우러져 있다. 맛도 맛이지만 오랜 시간 정성껏 준비한 안드레스 어머니와 할머니의 손맛과 마음까지 담겨있어 더욱 즐거운 시간이었고 한 시간 반 가량 오찬이 이어졌다.
아쉬운 작별 후, 안드레스 가족들과 그들이 살고 있는 이바라로 향하였 다. 그곳은 200,000명 정도가 살고 있는 큰 도시인데 함께 크고 아름다운 호수 주변과 시내를 드라이브하며 시간을 보냈다. 호수 주변이 참 아름다웠다.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하여준 안드레스 가족들과 아쉬운 작별을 하고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약 하였다. 이들은 내가 열흘 전 오타발로를 정탐하기 위하여 왔을 때에도 온 가족 이 동행하여 주며 아름다운 페구체 폭포(Casacada de Peguche)와 쿠이 코차 호수(Laguna de Cuicocha)로 안내하여 주었다. 나에게 따뜻한 마음을 나누 어준 안드레스와 그 가족들의 사랑을 영원히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에콰도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생면부지의 에콰도르에 (0) | 2020.07.23 |
---|---|
샌 파블로 호수(Laguna de San Pablo) (0) | 2020.07.20 |
에콰도르 가족 (0) | 2020.07.10 |
스페니쉬도 할 줄 모르고 (0) | 2020.07.08 |
에콰도르의 산마을에서 (0) | 2020.07.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