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주의 이야기(책)/내가 네게 보여줄 땅으로 가라(연재)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사랑배달부 2020. 10. 10. 00:12

안데스의 도시와 산마을

 

생일파티(fiesta de cumpleaños)

 

토요일 영어 클래스가 끝난 후

생일파티(fiesta de cumpleaños)가 있을 예정이었다.

카피 가게를 운영하는 민박 주인집에서

작고 예쁜 카드를 만들어서 기부해 주었고

작은 선물과 케이크를 준비하였다.

풍선도 넉넉히 준비하여 가지고 갔다.

 

일찍 온 어린 학생 몇 명과 아빠들과 함께 풍선에 바람도 넣고 준비를 하였는데...

그날이 클래스의 막내가 영세를 받는 날이었다.

영세 받는 가족이 있는 날에 일가친척들과 이웃들을 초대하여 음식을 풍족하게 준비하여

함께 나누는 것이 그네들의 문화라고 집안의 어른 호세가 설명하여 주었다.

 

에콰도르인의 90% 이상은 천주교인들이다.

스페인 통치를 받던 시절에 많은 성당들이 세워졌고,

도심 곳곳에 산재하여 있는 공원 한편에는 어디에나

중세의 건축양식을 따라 지어진 멋진 성당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중 지속적으로 성당에 출석하여 예배를 드리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지만

집안의 행사나 주요 절기는 전 국민이 함께 누리고 즐긴다.

 

그들의 모임에 준비된 음식을 함께 나누며 좋은 시간을 보냈으나

영어 클래스와 생일파티는 무산되었다.

다음 주에 하기로 하고 아쉬운 마음 을 접고 집으로 향하였다.

 

뜻하지 않게 시간의 여유가 생기니 그간에 싸 인 피로가 몰려왔다.

이곳 에콰도르에서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흐름에 쉼표가 찍히는 듯하였다.

몸이 고단하고 피로감으로 싸여오니 미국에 두고온 식구들 생각이 솟아났다.

세상적으로만 보면 나는 집을 떠나올 수 없었다.

나의 가정에 불어 닥친 고난의 시간으로 인하여

나의 아내도 나의 딸과 아들도 어려운 시간들 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하지만 이 고난이 시작되던 때부터 하나님을 향한 감사의 고백이 마음으로부터 나왔다.

이 땅에서의 삶이 순풍에 돛을 단듯이 흘러가면 좋으련만 이러한 삶은

세상에서는 좋을지 몰라도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갖기가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부와 명예와 건강을 누리게 되면 이를 자랑으로 여기고

세상을 성공적으로 다복하게 살아간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지 못한 경우에 낙심하여 시기심과 미움과 좌절의 마음을 갖게 되기도 한다.

또한 세상의 것들을 갖고 누리고 싶어 하며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하여 이기심과 탐심의 길을 걸어가기도 한다.

 

하나님의 나라는 이 세상과 많이 다르다.

하나님의 나라에는 경쟁도 불화도 이기심도 미움도 교만한 마음도 없다.

하나님의 나라는 온유와 겸손과 섬김과 화평함이 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세상의 것으로 풍요함을 누리고 세상으로부터 오는 것으로 채워지게 되면

세상적인 기쁨과 자만으로 그것들을 섬기게 되고 좇게 됨으로

하나님을 찾기가 매우 어려지는 것이다.

세상의 것을 아무리 많이 갖고 누릴지라도 

마음이 허전하고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으며

육신의 소욕들로부터 오는 이기심과 더러운 마음들과

분쟁과 분노와 교만한 마음들에 휩싸여 평온할 수 없게 된다.

이러한 삶은 하나님을 등지고 우상을 숭배하며 살아가는 삶이다.

 

시편 119:67

고난 당하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나이다

 

기록된 말씀은 내게 고난이 있게 전에는 하나님의 뜻을 따라 살지 못하였고

나의 뜻대로 살아왔음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나의 뜻과 마음을 따라 살아가는 삶에는 진정한 평화와 자유가 있을 수 없다.

나는 나의 삶을 통하여 이 진리를 확실히 깨달아 알 수 있었다.

 

내가 늦은 나이에 예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기 전까지의 삶은

나의 의지대로 살아온 삶이었고

내가 예수님을 만나서 그분을 나의 주인으로 영접한 후의 삶은

내가 아닌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삶이다.

이 두 삶을 비교하라 한다면 나의 답은 ‘비교조차 할 수 없다’이다.

 

하나님의 피조물인 사람이 하나님의 뜻을 저버리고 자기의 의지를 따라

세상을 좇으며 살아 가는 삶은 죄의 삶이요 사망의 삶이다.

죄로 물든, 사람의 뜻대로 살아가는, 삶과

창조주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삶이 같을 수 없는 것은

상식 으로도 통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나는 주님을 따라 살아가는 삶을 억만금을 준다고 하여도 바꿀 수 없다.

이 세상의 것들은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동안 필요한 것이다.

내가 죽고 나면 나는 알몸으로 이 세상에 왔듯이 내 몸은 흙으로 돌아갈 뿐이다.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영원한 생명과 평안과 자유와 기쁨은

하나님으로부터 오는 초자연적인 은혜의 선물들이다.

 

나는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를 잘 알기에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의 가정에 불어온

고난의 시간들을 감사로 받을 수 있었다.

고난의 시간들이 더욱 하나님만을 바라보며

그분의 뜻 안에서 살아가는 축복의 통로가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세상적으로 보면 남편이고 아버지이고 할아버지인 나는

나의 가족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위치에 있었다.

나는 하나님께 엎드려 가정에 닥친 힘든 고난의 상황을 놓고

무엇을 하는 것이 최선 인지 주님의 뜻을 구하며 간곡하게 기도를 드렸다.

그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네가 이곳에 남아 있다고 지금의 상황이 달라질 것이 없지 않으냐?

나는 너를 통하여 할 일이 있으니 내가 네게 보여 줄 땅으로 떠나라’는 마음을 주셨다.

‘네가 떠나면 너의 가족은 내가 돌보아줄 것이니 두려워하지 말아라’는 것이

그분께서 나에게 주시는 마음이었다.

 

이곳에서 뜻하지 않게 시간의 여유를 갖게 되어

마음에 피로감이 몰려 오며 사랑하는 가족들 생각이 간절하게 났다.

보고 싶어도 갈 수 없다.

그리 멀지 않다면 오랜 시간 차를 움직여서라도 가서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새롭게 마음에 담고 올 수 있겠지만

에콰도르에서 캘리포니아는 엄두를 낼 수 없는 먼 거리를 두고 있다.

주님을 따라 걸어가는 발걸음을 멈출 수 없었다.

먼 에콰도르에 사람들을 예비해 두시고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이 못난 나를 훈련시키시고 기다리시고 나와 늘 함께하여 주시는

주님으로부터 돌이킬 수 없는 것이다.

 

마음을 추스르며 추위를 피하여 숙소의 담요 속으로 몸을 움츠리고

가족들을 그리며 잠을 청하였다.